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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이 오면 유혹이 시작된다
꽃가루 받으려는 꽃 VS 꿀 찾으려는 벌
유혹하거나 간보거나?…동식물의 치열한 ‘밀당’
[106호] 2013년 04월 01일 (월) 참여와혁신press@laborplus.co.kr

   
동아사이언스 박태진 기자
꽃 피는 봄이 왔다. 들판에는 향긋한 꽃향기가 가득하고 벌과 나비도 향기에 취한 듯 춤을 춘다. 사람의 코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기분 좋은 향기를 남기는 꽃들이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건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식물과 벌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유혹하거나 유혹당하지 않는다. 이들은 각자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아주 작은 정보를 이용한다.

얼굴, 목소리, 옷차림, 유머 감각, 성격, 공통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는 이처럼 여러 가지다. 겉으로 드러난 사람의 외모가 매력적일 수도 있고, 조금씩 알아가면서 보게 된 성향에 끌릴 수도 있다. 때로는 다른 사람과 달리 유달리 또렷하게, 자주 기억나는 사람에게 마음을 뺏기기도 한다. 상대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끌리는지, 기억에 강하게 남으려면 어떻게 할지 등을 미리 계획한다면 짝사랑이 사랑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유혹의 전략을 짜는 건 사람뿐 아니다. 봄이 되면 산과 들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식물도 벌을 유혹하기 위한 작전을 짠다. 물론 식물의 경우는 벌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중매쟁이로 활용하려는 것이지만 말이다. 우선 식물은 눈에 잘 띄는 화려한 색깔과 모양으로 꽃을 피운다. 또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로 ‘꿀이 있음’을 알린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방법 외에 조금 다른 전략을 사용하는 식물도 있다.

카페인 쓰는 커피나무, 감귤나무… “나만 더 잘 기억해”

커피나무나 감귤나무는 ‘카페인’을 활용해서 꿀벌을 유혹한다. 꿀벌의 기억력을 높여서 다음날도 자신을 찾아오게 하는 전략이다. 2010년에도 꿀벌이 카페인 향기가 나는 식물에 더 많이 윙윙거리는 현상이 보고됐는데, 최근 이 비밀이 기억력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보통 꿀벌은 이 꽃 저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모은다. 이 때문에 자신이 한 번 갔던 꽃을 기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커피나무나 감귤나무는 꿀벌이 다시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 나무의 꽃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영국 뉴캐슬대 신경생태학자 제랄딘 라이트 박사는 꿀벌이 카페인이 있는 꽃을 카페인이 없는 꽃보다 3배나 더 잘 기억한다는 연구결과를 3월 8일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라이트 박사팀은 우선 커피나무나 감귤나무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양을 측정했다. 실험에는 3종류의 커피나무와 4종의 감귤류 식물이 사용됐는데, 이들 식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꿀벌이 쓴맛으로 느낄 정도로 많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카페인을 활용해 쓴맛이 나는 물질을 만들고 해충이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데, 실험에 쓰인 식물들의 카페인 수치는 꿀벌이 쓴 맛을 느낄 수 있는 수준보다 낮았던 것이다.

연구진은 또 카페인이 벌의 기억력에 주는 영향을 보기 위해 꿀벌을 훈련시켰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행동하게 만든 것이다. 훈련된 꿀벌들은 꿀이 있다고 판단되는 꽃향기를 맡으면 입을 내밀게 됐다. 훈련된 꿀벌로 실험한 결과, 꿀벌은 당분만 포함된 꽃향기보다 카페인이 함유된 꽃향기를 3배 더 잘 기억했다. 두 향기를 맡은 지 24시간이 지나자 카페인이 함유된 꽃향기를 기억하는 벌이 3배나 많았던 것이다. 또 카페인이 들어 있는 꽃향기는 3일이 지난 뒤에도 기억하는 벌이 많았다.

라이트 박사팀은 카페인이 들어 있는 용액에 꿀벌의 뇌를 담그고 관찰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카페인이 뇌세포 활동을 활발하게 만들고 있음을 확인했다. 카페인 때문에 활성화된 뇌세포는 포유류에서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비슷한 부분이었다. 연구진은 이 연구결과가 카페인이 사람의 뇌에 주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을 줄 거라고 보고 있다.

   
ⓒ 박태진
꽃의 미세한 전기장 감지하라… “진짜 꿀이 있어야 가지”


그런데 벌은 이런 식물의 전략에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꿀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야 고맙지만 이미 다른 벌이 먼저 찾아와 꿀을 다 가져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먼저 다녀간 꽃은 피하고 진짜 단즙이 많은 꿀을 찾기 위해 벌들도 독특한 전략을 사용한다. 바로 꽃의 미세한 전기장을 파악하는 것이다.

먹이를 찾는 벌과 꽃가루를 퍼뜨리려는 꽃 사이에 전기 현상이 사용된다는 건 1970년대부터 알려졌다. 벌이 빠르게 날개를 파닥거리는 동안 공기 중에 있는 먼지나 작은 입자는 마찰을 일으키는데, 이때 허공이 ‘양전기’를 띠고 꽃잎은 음전기를 띤다. 벌이 꽃잎으로 날아오면 음전기를 띤 꽃가루가 양전기를 띤 벌의 몸에 달라붙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영국 브리스톨대 생물학자인 대니얼 로버트 교수팀은 벌이 이런 전기장을 더 좋은 먹이를 찾는 데 사용한다는 걸 밝혀내 2월 22일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전기장을 보고 다른 벌들이 미리 방문해 단즙이 적어진 꽃을 미리 알아챈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은 벌과 꽃의 미세한 전기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실험 장치를 만들었다. 이 장치로 벌이 먹이를 찾을 때 꽃의 전기장을 알아채는지, 꽃이 가진 전기장의 차이나 변화를 느끼는지 확인했다. 연구에는 뒝벌(Bombus terrestris)이 쓰였다. 이들은 각각 단즙과 쓴즙이 담긴 가짜 꽃에서 자유롭게 먹이를 찾게 됐는데, 단즙에만 전극이 연결돼 전기장이 나왔다. 실험이 거듭되자 뒝벌이 단즙이 있는 꽃을 찾아내는 정확도가 80%로 높아졌다. 그러나 전극을 빼자 뒝벌들은 무작위로 꽃을 향해 날아가 정확도가 50%로 떨어졌다.

전기장의 패턴을 바꾼 실험에서도 뒝벌은 가짜 꽃을 구별해냈다. 같은 모양과 색깔을 가진 두 꽃 중 하나는 꽃의 가운데와 가장자리에 전압차를 두고, 하나는 전압차를 두지 않았는데 벌이 이를 알아챈 것이다. 결국 벌은 꽃의 겉모습이나 향기만이 아니라 속까지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봄이 되면 괜히 샤방샤방해진 마음에 연인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들도 꽃이나 벌처럼 단순히 겉모습만 보지 말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거나, 진실한 속마음까지 알아볼 수 있는 사랑을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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