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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어떻게 잘 달리게 됐을까?
삭제 논란 일으켰던 ‘말의 진화’부터 걸음걸이 유전자까지
[과학칼럼] 동물 발의 비밀
[100호] 2012년 10월 02일 (화) 김정경 기자jkkim@laborplus.co.kr

   
동아사이언스 박태진 기자
올해 초 기독교 관련 단체가 ‘진화론은 가설 수준의 이론이기 때문에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청원을 하며 시조새와 함께 말의 진화가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 9월 5일 이에 대해 과학계는 ‘진화론은 현대과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론’이라고 반박하며, 시조새나 말의 진화를 과도하게 단순화시킨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조새는 진화의 상징으로 익숙하지만 말의 진화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말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처럼 잘 달리게 됐는지 살펴본다.

말의 진화

400kg이나 되는 육중한 몸을 가지고 시속 60~70km로 달리는 말. 쭉 뻗은 다리가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점프하듯이 달리는 동작을 보고 있으면 ‘말은 달리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원래 말의 조상인 하이라코테리움(Hyracotherium, ‘바위너구리를 닮은 짐승’이란 뜻, 초기 말이라는 뜻으로 에오히푸스(Eohippus)라고도 함)은 이렇게 몸집이 크지도, 용감하게 달려 나가지도 못하는 고양이 크기의 동물이었다.

교과서에 실린 말의 진화는 1926년 미국 고생물학자 윌리엄 매튜가 발표한 ‘말의 진화: 기록과 해석’이란 논문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여기서 매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말의 몸집이 커지고, 다리는 길어지며, 양옆 발가락이 퇴화했다고 썼다. 또 질긴 풀을 먹기 위해 어금니가 발달하고, 주둥이도 앞으로 길어지며, 뇌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 후 미국자연사박물관은 말의 조상을 소개하면서 에오히푸스에서 현생 말(에쿠스, Equus)까지 일직선으로 나열해 보여줬다. 이후 사람들은 말의 조상을 나타낸 가계도를 시조새처럼 진화의 증거로 인식했고, 더 나아가 말이 일정한 목표점을 향해 서서히 직선형으로 진화한 것으로 인식했다. 이 내용이 생물교과서에도 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1920년대 이후 엄청난 양의 말 화석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말이 단순히 직선형으로 진화한 게 아니라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듯 복잡한 관목형 진화를 겪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생물교과서에는 이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말의 가장 오래된 조상으로 알려졌던 하이라코테리움은 약 5500만 년 전 에오세 초기에 나타났다. 앞발가락 4개와 뒷발가락 3개를 가진 조그마한 이 동물은 당시 정글처럼 무덥고 습하며 나무가 울창한 숲이 많은 북미 지역에서 살았다. 이 동물의 후손은 말과 코뿔소 등으로 진화했으며, 조금씩 진화한 원시말들은 각자가 사는 환경과 먹이에 맞춰 변해갔다. 이후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하고 현재까지 살아남은 말은 에쿠스 8종이다.

5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 3명과 진화론 및 화석학 전문가 5명, 기초과학학회연합체 전문가 3명 등 총 11인으로 구성된 전문가협의회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교과서 출판사가 충실히 반영한다면, 앞으로는 교과서에 말의 진화가 제대로 실리게 될 것이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잘 달리는 비밀은 유전자에 있다

말과 사람은 모두 멋지게 진화한 포유동물 중 하나다. 하지만 그것 외에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바로 ‘엉덩이가 발달한 종’이라는 점이다. 엉덩이가 통통하게 진화한 이유는 잘 달리기 위해서다.

동물은 근육이 수축할 때 내는 힘으로 움직이는데 말은 허벅지뼈를 감싸는 엉덩이가 발달했고, 정강이와 발가락 등에는 근육이 별로 없다. 다시 말해 말은 엉덩이 근육이 수축하는 힘으로 달리는 것이다. 사람도 엉덩이를 이루는 큰볼기근이 잘 발달해 있어 달릴 때 몸이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물론 이것 외에 사람과 말의 다리 등은 완전히 다른 형태다. 하지만 포유동물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유전자 부분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을지 모른다. 만약 말이 걷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와 사람의 걸음걸이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같다면, 우리는 걷기에 장애가 나타나는 사람을 고칠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최근 스웨덴 연구진이 말의 걷기에 관한 유전자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스웨덴 웁살라대 유전학자인 레이프 앤더슨(Leif Andersson) 박사팀은 지난 8월 30일 ‘네이처’에 말의 걸음걸이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에 관한 논문을 실어 표지로 선정됐다. ‘DMRT3’이라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경주마의 경우 독특한 걸음걸이를 걸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모든 말들은 걷기(walk), 종종걸음(trot, 속보), 달음박질(canter, 구보), 전속력 달리기(gallop, 질주)의 4가지 걸음을 걸을 수 있다. 그런데 경주마로 유명한 아이스랜딕 계열의 말들은 ‘측대속보(側對速步, pacing)’라고 불리는 독특한 걸음걸이가 하나 더 있다. 같은 쪽 앞발과 뒷발이 동시에 움직이는 걸음인데, 아이스랜딕 계열 외에도 미국산 ‘스탠더드브레드(Standardbred)’ 같은 종도 이렇게 걸을 수 있다. 이들은 특정 종류의 경주에서 유리하다.

앤더슨 박사팀은 이 독특한 걸음걸이의 비밀을 풀기 위해 70마리 말의 유전체(genome)을 분석했다. 70마리 말 중 40마리는 측대속보로 걸을 수 있는 품종이었고, 나머지 30마리는 다른 걸음걸이를 보이는 품종이었다. 연구 결과 앤더슨 박사는 DMRT3이라고 불리는 단일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모든 말의 걸음걸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일찍 정지돼 길이가 짧은 말일 경우 측대속보로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이 생쥐 실험으로 추가 확인한 결과, DMRT3 유전자가 다리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척추 신경세포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데 기여한다는 걸 확인했다. 이 유전자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생쥐들이 네 다리를 조절하는 데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가 사람의 다리 움직임 장애 등을 밝히는 데 힌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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