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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마술
[93호] 2012년 03월 05일 (월) 참여와혁신press@laborplus.co.kr

우리 공장 고양이는 마술을 잘한다.
어떻게 암컷을 만났는지 그리고 역시나
도대체 어떻게 새끼를 여덟 마리나 낳았는지
네 마리는 엄마를, 다른 네 마리는 아빠를,
정확하게 닮았다. 밥집에서 밥도 오지 않았는데
일하는 나를 올려다보며 큰 소리로 외친다.
그 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우리들 배가 고파온다.
녀석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니야옹! 하는 소리로 온 것이다.
땅바닥에 엎질러준 생선 대가리와 밥을 말끔히도 치웠다.
얼마 후엔 암컷도 같이 왔다.
공장장만 빼고는 일하는 사람 모두 장가를 못 간
노총각들이어서 그런지 고양이 사랑이 엄청 크다.
자본주의가 결혼하라고 할 때까지
부지런히 돈을 모으는 상중이가 밥 당번이다.
밥을 주면 수컷이 양보한다.
공장장은 한 때 사업을 하다 안되어
이혼을 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자본주의가 헤어지라고 하여
헤어진 것이 틀림없다.
사람의 새끼를 보면 한숨만 터지는데
고양이의 새끼를 보면 은근히 후회되는 것이다.
사람인 나는 못하는, 시집가고 장가가고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고양이의 마술이다.

시집 『고양이의 마술』. 실천문학사. 2011년

 

마술 [명사]
여러가지 도구나 손재주로 사람의 눈을 속여 신기하고 이상한 일을 하여 보이는 재주.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집가고 장가가는 일도 이제 ‘마술’이 되었나 봅니다.



최종천  1954년 전라남도 장성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눈물은 푸르다』,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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